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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함은 공동체를 부수고…
수필가 / 목사 김덕원 고향이 그리워졌다. 얼마 전 고국을 방문했을 때, 초등학교 시절을 보내던 동내를 한걸음에 달려갔다. 몇십 년이 지나도 어제 일처럼 또렷한 추억의 흔적이라도 찾아보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동네에 들어섰을 때 그나마 흐릿하게 맴돌던 추억조차 흩어졌다. 그 시절엔 “친구야 놀자!” 담 너머 들려오는 목소리 하나면 충분했다. 마치 최면이라도 걸린 듯 그 목소리에 끌려 나가면 세상은 온통 우리의 놀이터가 되었기 때문이다. 학교 마당은 단연 첫 번째로 손꼽히는 놀이터였다. 다 헤어진 공 하나 던져 놓고 몰려다니다 보면 세상사는 온데간데없고 오롯이 친구와 공만 보였다. 왜 뛰는지는 그리 중요하지가 않았다. 그저 함께 뛰는 것이 재미있었을 뿐이다. 그렇게 지칠 만큼 뛰고 나면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동네 공터로 몰려갔다. 그곳에선 자치기가 시작되었다. 경쾌한 소리를 내는데 최고였던 탱자나무에 머리통이라도 한 방 맞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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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겨울에 자란다
이기성 목사 ( 매니토바 위니펙 중앙교회 ) 초등학교 때 선생님을 따라 나무의 나이를 세어 본 적이 있습니다. 나무에 동그랗게 문양을 이루고 있는 나이테를 하나씩 짚어가며 세었었습니다. 그때는 그 나이테의 구분을 이루고 있는 짙은 선은 단순히 모든 나무에게나 생기는 선인 줄 알았습니다. 제가 서예와 함께 서각을 하면서 서각에 쓸 나무로 인도네시아산 알마시카라는 나무를 사용했었는데 나중에 느낀 사실이지만 이 나무에는 나이테가 없었습니다. 이유인즉슨 이 나무에게는 나이테를 만들어낼 수 있는 혹독한 계절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혹독한 계절 속에서 자란 나무는 자신의 나이테로 우리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있습니다. 나무는 겨울에도 자란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겨울에 자란 부분이 여름에 자란 부분보다 더 단단하다는 사실입니다. 여름에는 나무의 자람과 더불어 그 나무를 좀먹는 벌레도 함께 자랍니다. 그러나 혹독한 겨울에는 오직 나무의 단단한 정신만이
3 days ago1 min read


‘척’하는 가면을 벗고, 진실한 모습으로
이희준 목사 ( 토론토 벧엘교회 ) 최근에 넷플릭스에 올라온 흑백요리사2의 마지막 대결에서 한 요리사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동안 척하기 위해서 살아왔던 인생이 조금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정해준 별명과 시선에 맞추어 잘하는 척을 해야 했던 것은 사실 자신의 본 모습이 아니었고, 그렇게 척하며 살아야 했다는 의미였습니다. 아마 시청자들이 이번 흑백요리사2 에서 가장 큰 감동을 느꼈던 장면은 이 고백에서부터 시작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이어서 한 심사위원이 이렇게 말합니다. “모든 요리사들이 척하는 시기를 다 겪는 것 같다. 나도 척하는 게 되게 많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척하는’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면을 쓰는 이유는 먼저 숨기고 싶은 자신의 모습을 들킬까 봐 두렵기 때문이고, 인정받기 위해서이기도 하며, 때로는 스스로를 속이기 위한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자신의 진짜 모습을 타인에게도, 심지어 자기 자신에게
3 days ago1 min read


당신의 커피는 어떤 맛인가요?
전상규 목사 ( 생명나무교회 ) 추운 겨울 따스한 커피 한 잔을 마십니다. 어떤 이에게 아침을 깨우는 활력이며,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사람과 나누는 여유입니다. 과학자는 카페인과 아데노신 수용체의 결합을 말하고, 환경 운동가는 탄소 발자국과 공정거래의 책임감을 말할 것입니다. 심리학자 옌스 푀르너는 저서 “사실은 의견일 뿐이다”에서 우리는 보고 듣는 정보를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믿지만, 사실은 각자의 경험과 가치관이라는 필터로 걸러낸 “주관적인 의견”일 때가 많다고 말합니다. 이에 우리는 더 많은 정보를 모으고, 데이터를 더 정확히 분석하면 진실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책이 지적하듯, 아무리 정교한 통계와 수치를 들이밀어도, 인간의 지성은 파편화된 사실 너머의 본질을 스스로 온전히 파악할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닙니다. 그러나 이러한 지적 불완전함은 결코 좌절의 이유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하나님이 아닌 인간임을 고백하게
3 days ago1 min read


피신여행
황로사 ( 작가 ) 캐나다의 전형적인 겨울 날씨답게 한파 경보가 내렸던 날, 토론토를 떠나 나이아가라로 향했다. 며칠간 딸과 두 손주를 데리고 워터 파크가 있는 곳에서 지내고 오기로 했다. 사실은 사위에게 자유 시간을 주기 위한 피신 여행이었다. 어느 모임에서 사위가 혼자의 시간을 좀 갖고 싶다는 마음을 슬쩍 비쳤단다. 그 말을 전해주는 딸에게 아이들과 잠시 어디든 다녀오자고 제안했다. 직장에 다니며 집에 돌아오면 육아까지 도와주어야하니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을 텐데 그것을 읽어주지 못했었구나……. 싶었다. 어린 아기는 우는 것으로 자기의 의사를 나타내듯이, 누구든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한 것은 마음을 비추는 것이므로, 사소한 것이라도 그냥 간과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이민 와서 마음이 울적할 때마다 운전대를 잡고 찾아오던 곳. 넓은 땅에서 자연을 즐기며 자유롭게 살 것을 상상했던 이민의 삶은 첫 발부터 부딪혀 해결해 나가야 할 벽으로 둘러
Jan 231 min read


“다시”의 발걸음
김주엽 목사 ( 강림교회 ) 매주 월요일마다 토론토 지역의 숲 속을 걷는 목회자들이 있습니다. 본인도 10여 년 전부터 함께 조인하며 숲 속을 걸으며, 삶을 나누기도 하고, 하나님의 깊고 오묘한 세계로 초대받는 걷는 기도 (Walking Prayer)를 통하여 쉼을 얻고 힘을 충전하며 사역으로 나아갑니다. 함께 걷는 동료들 가운데는 나이아가라에서 토버모리까지 약 880KM이상의 브루스 트레일(Bruce Trails)을 3년 동안 꾸준히 걸어 완주하기도 하였습니다. 교회가 가장 분주하게 보내는 연말연시 두 달 동안 서로 걷지 못하다가 지난 월요일 폭설이 내려서 눈꽃들이 아름답게 핀 숲 속을 걸었습니다. 모처럼의 발걸음이라 처음 30분 동안은 두 다리의 근육이 뻐근함을 느끼고 숨도 가쁘게 올라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모든 것이 그렇지만, 쉬었다가 “다시” 한다는 것은 쉽지 않고 평소 이상의 에너지와 힘을 소비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다시 쉬었다가
Jan 231 min read


노란 버스
김덕원 (목사 / 수필가) 2013년 12월 크리스마스를 앞 둔 어느 날 이른 새벽, 전날부터 내린 눈이 무릎까지 올라오더니 급기야 단단히 맨 윈터부츠 틈바구니로 쏟아져 들어왔다. 마침 불어오는 칼바람은 턱 밑까지 올려 입은 방한복 이곳저곳을 마구 파고 들었다. 손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장갑 사이로 흩어지는 입김은 희뿌연 이슬이 되어 눈썹에 맺혔다. 그렇게 그해 겨울은 매섭게 시작되고 있었지만 그 정도 추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더 큰 일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2012년 밴쿠버를 떠나 토론토에 도착한 지도 벌써 일 년이 지나갔다. 목회하는 동안 미뤄 놓았던 학위 논문을 마무리할 때쯤, 잔고가 마이너스 된 지 이미 오래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때마침 대형면허를 무료로 취득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광고를 접했다. 일 년 동안 스쿨버스를 운행해야 한다는 조건이 전부였다. 여름방학이면 아이들과 함께 미국과 캐나다를 여행하면서 대형 RV를 운
Jan 121 min read


우리의 끝은 여기가 아니다
김요한 목사(런던제일교회) 한 해의 끝이 얼마나 남았는지 세어봅니다. 결실하는 계절을 지나면서 나의 지난 시간들을 돌아 보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문득 나의 인생에 나의 결실을 생각하게 되고 조금은 부끄럽고 우울해 지는 것도 경험합니다. 그러나 이내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것은 나의 인생의 끝은 결코 이 땅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수고하고 애써 살아갈 것이지만 그렇다고해서 이 땅에서 나의 삶이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들은 하나님이 약속하시고 부르신 하나님의 나라를 향해 걸어갑니다. 이 세상에서 맡기신 삶을 살아가지만 또한 우리에게 약속하신 곳을 향해서 걸어가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한해 혹은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결산할 시간을 맞이한다고 해도 아직 우리는 더 걸어갈 길이 남아 있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우리의 삶은 마무리를 잘하는 것이기 보다는 소망을 향해 나아가는 삶입니다. 우리의 나이가 어떠하든지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았던지 간에 하나
Nov 13, 20251 min read


하나님의 나라 VS 세상나라
장천득 목사(밴쿠버 동산교회)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모든 것이 빠르고 편리합니다. 세계적 수준의 의료서비스, 맛있는 먹거리, 편리한 주거환경… 한국인만의 부지런함과 우수함은 자타가 공인합니다. 대한민국의 국민은 경이로운 민족입니다. 세련된 문화적 감수성, 교육에 대한 열정도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덕분에 한국은 전 세계 유례없이 선진국으로 급성장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급격한 하강국면입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얼굴표정이 어둡습니다. 만나서 밥한 끼 하는 것도 부담스러워합니다. 사람들이 나누는 인사말이 “지금은 무조건 잘 버티고 잘 견디자 !” 혹은 “잘 생존해 있어! 나중에 또 만나자!”였습니다. 만만치 않은 현실에 대한 농담 같은 자조입니다. 삶 자체가 전쟁인 까닭입니다. 두주간의 한국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한국이 생각 이상으로 어렵구나! 베이커리 카페를 하는 친구는 은행에서 돈을 빌려
Oct 13, 20253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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