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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과 작품

  • 1 day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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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수필가 김덕원(열린교회)


얼마 전 스페인의 북부 도시인 바르셀로나를 방문했다. 15세기 말 콜럼버스의 항해로 시작되어 19세기 말까지 아메리카는 물론, 아시아, 아프리카까지 진출하며 가장 광범위하고 영향력 있는 제국을 건설한 나라였다. 그런 이유로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라 불렸던 역사 때문인지 호전적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품었었는데, 넓고 평화로운 광장문화와 깨끗하게 잘 관리된 도시 구석구석에서 느껴지는 인상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아마도 가우디의 독창적인 건축양식과 피카소의 천재적인 예술세계가 지중해의 낭만과 어우러져 그 도시를 더 아름답게 돋보이도록 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곳에서 이 두 사람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특혜를 누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더 올라가고 품격이 돋보이는 작품, 그것은 상품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었다. “상품”과 “작품”의 차이는 분명하다. 상품은 대량으로 찍어내는 물건으로 정의된다. 대형마트나 소규모 점포는 물론 시장에서도 우리는 상품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돈만 있으면 필요한 상품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작품은 다르다. 딱 하나만을 직접 손으로 한 땀 한 땀 만들어 낸다. 소위 핸드 메이드 작품인 셈이다. 오직 하나뿐이라는 특성은 그 가치를 높이 평가받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작품의 주인이 유명한 사람일 경우에는 부르는 것이 값이 되거나, 값으로는 도저히 정할 수 없는 시대의 유산이 되기도 한다.


피카소의 [황소 머리(Bull’s Head)]는 일상의 상품이 예술적 작품으로 탈바꿈하는 순간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볼 수 있다. 1942년 어느 날, 피카소는 상품으로 팔렸다가 버려진 자전거 안장과 핸들 바를 결합해서 황소의 머리를 만들어냈다. 피카소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자전거 안장과 핸들 바가 함께 놓여 있는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황소 머리가 떠올랐다. 생각할 틈도 없이 바로 결합했다.” 전쟁으로 피폐화된 파리, 제한된 재료를 가지고도 창조적 자유를 표현하려고 했던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 작품이다. 피카소가 아니고 다른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쓸모없는 장난질의 결과물로 버려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피카소의 작품은 왜 다른 것일까? 오래되어 보이는 바르셀로나의 한 골목에서 나는 그 이유를 찾았다. 십 대 소년이었던 피카소가 그린 초상화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칸트가 말하던 형이상학의 세계가 바로 이런 것일까? 피카소는 현실 세계에서 이미 극치의 수준에 오른 초상화로부터 추상의 세계로 나간 것이었다. 천재성을 인정받은 한 사람의 작품은 그것이 어떤 것이든 위대한 작품이 되는 것이었다. 피카소 박물관을 나서는 순간, 위대한 작품의 세계, 그 이상[理想]의 세계로부터 눈앞에 펼쳐진 현실[現實]의 세계를 마주 대했다. 앞쪽으로 펼쳐진 골목길에는 이유야 다르겠지만 수많은 사람이 걷고 있었다. 작품 하나하나에 집중하던 사람들의 시선 그 어느 하나도 서로에게 더 이상 집중하지 않았다. 그저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문득 질문 하나를 던져본다. 저 사람들은 상품일까 작품일까?


성서에는 “우리는 그가 만드신 바라”라는 문장이 있다. 원어로는 “포에마”라는 단어가 쓰였는데, 영어의 “포임(Poem)”이라는 단어의 어근이기도 하다. 시나 운문을 창작해 내는 작업이 새로운 탄생의 숭고한 과정이듯, 한 사람 한 사람이 핸드 메이드 작품으로 만들어졌다는 의미의 문구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각각의 인간은 모두 “걸작품(Masterpiece)”인 셈이다. 공교롭게도 바르셀로나의 두 거장 작품의 공통점은 사람과 자연이었다. 건축물 속에서도, 그림 속에서도 사람이 주인이라서 더 정감이 갔다. 하지만, 그 황홀한 작품을 눈에 담고, 그 역사적인 공간을 걷고 있는 그 어떤 사람도 자기 자신이 이 세상에 하나뿐인 걸작품이라는 사실에 감동하는 사람이 없어 보인다. 셰익스피어의 삼대 비극이 이보다 더 슬플 수 있을까 싶다. 나에 대한 가치를 깨닫는 순간, 지금 내 눈앞에 걷고 있는 모든 사람이 피카소의 그 어떤 작품보다 훌륭한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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