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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함은 공동체를 부수고…

  • Writer: 1018deut
    1018deut
  • 6 hours ago
  • 1 min read

수필가/목사 김덕원

고향이 그리워졌다. 얼마 전 고국을 방문했을 때, 초등학교 시절을 보내던 동내를 한걸음에 달려갔다. 몇십 년이 지나도 어제 일처럼 또렷한 추억의 흔적이라도 찾아보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동네에 들어섰을 때 그나마 흐릿하게 맴돌던 추억조차 흩어졌다.


그 시절엔 “친구야 놀자!” 담 너머 들려오는 목소리 하나면 충분했다. 마치 최면이라도 걸린 듯 그 목소리에 끌려 나가면 세상은 온통 우리의 놀이터가 되었기 때문이다. 학교 마당은 단연 첫 번째로 손꼽히는 놀이터였다. 다 헤어진 공 하나 던져 놓고 몰려다니다 보면 세상사는 온데간데없고 오롯이 친구와 공만 보였다. 왜 뛰는지는 그리 중요하지가 않았다. 그저 함께 뛰는 것이 재미있었을 뿐이다. 그렇게 지칠 만큼 뛰고 나면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동네 공터로 몰려갔다. 그곳에선 자치기가 시작되었다. 경쾌한 소리를 내는데 최고였던 탱자나무에 머리통이라도 한 방 맞으면 한동안 분위기가 좋진 않았지만, 구슬치기가 시작되면 또다시 흥이 살아났다. 삼치기에 약한 나는 구슬치기에 더 흥미를 느꼈다. 구슬을 따 모으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것이라고 그렇게도 행복했을까! 슬슬 배가 고파질 때면 뒷동산으로 향했다. 여름철엔 아카시아 꽃도 꺾어 먹고, 소위 파리똥이라고 부르던 보리수 열매도 따 먹고, 가을엔 작은 개사과나 똘배 같은 것도 먹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한여름이 득달같이 지나고 나면 비료 포대의 시대가 도래했다. 첫눈 내리는 날 포대 하나씩 매고 동산을 오르면, 다음 해 봄까지 눈을 지치며 누리는 행복을 만끽할 수 있었다. 저녁 먹으라는 어머니의 고함소리가 들릴 때까지 옷이 해어지도록 눈 위를 뒹굴었는데도 내일이 왜 그렇게 더디 오는지 안달이 날 만큼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은 끔찍하리만큼 아쉽기만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꿈이었을까? 그 시절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있을 법한 드넓었던 공터는 손바닥만큼이나 작은 모습으로 구석에 버려져 있었다. 뻔질나게 드나들어 굳은살 배기듯이 딱딱했던 뒷동산의 언덕길은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는 금지구역이 되어 있었다. 누가 철조망을 친 것은 아니었다. 몇십 년 동안이나 아무도 올라가지 않아 온갖 나무들과 잡초들로 우거진 원시 수풀 같은 산이 되었고, 몇 미터씩이나 뻗은 가시덩굴들이 철조망처럼 얽혀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에겐 편리함을 장착한 게임기 하나면 충분했기 때문이겠지!

같이 신앙생활 하던 친구들이 그리워졌다. 중학생 시절을 함께 불태웠던 친구들과의 추억이 있던 교회로 걸어갔다. 왠지 불안했다. 비슷한 처지가 되었을까 싶어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렇게 커 보였던 예배당 건물은 여기저기 페인트가 벗겨진 채로 아주 쓸쓸하게 서 있었다. 건물만 보아도 외로움이 몸서리치게 묻어 있었다. 그 시절엔 토요일 오후가 되면 교회 앞마당이 시끌벅적했다. 일주일을 손꼽아 기다리던 친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우선 교회 구석구석을 청소하는 것이 첫 번째 일이었다. 여학생들은 예배당 내부를 쓸고, 닦고, 정리하고, 꽃을 다시 꼽았다. 남학생들은 빗자루 하나씩 옆구리에 차고 마당 구석구석을 쓴 다음, 화단의 꽃이나 나무를 다듬었다. 그리고 나면 라면을 먹었다. 배부르게 라면을 먹기 위해서는 조금 값이 싼 국수가락을 섞어 먹어야 했다. 운이 좋으면 꼬불꼬불한 라면 가닥을 더 건질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다 해도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친구들과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우리의 가슴을 뛰게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도 일장춘몽(一場春夢)이었을까? 그 누구도 손을 봐 주지 않아 여기저기가 흉물스럽게 파이고 갈라진 채로 비스듬히 세워진 예배당 건물은 마치 소외당한 우리들의 그 시절처럼 토라져 보였다. 21세기 종교인들에겐 편리함을 제공하는 대형 교회 하나면 충분했기 때문이겠지!

실용주의의 꽃, 편리함은 원스탑 비즈니스[One Stop Business]처럼 매력을 발산했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사무치게 커져만 가는 내 마음속 친구, 그 공동체는 어디로 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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