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그리고 영원히…
- Mar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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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수필가 김덕원
삼 년 반 동안 나는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달려왔다. 거칠고 삭막하며, 메마르다 못해 딱딱해진 돌밭 같은 세월이었다. 어쩌면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아픔과 고통으로 점철된 방황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사실 나는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세상이라는 것을 제대로 알지 못한 순수한 젊은이였다. 그런 나에게 구십 년대 초반, 그 몇 년의 시간은 낯설고도 힘겨운 경험이었다. 언젠가는 이 길고 복잡한 상념의 실타래를 풀 날이 오리라 믿으며 지금은 가득 쌓인 아픔의 창고에 빗장을 잠근다. 어두운 터널은 결국 빛으로 이어지는 희망이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일까? 1993년 어느 봄날,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을 만났다. 길게 기른 머리를 곱슬하게 말아 올린 모습, 갸름한 얼굴에 가득 담긴 웃음, 꼭 다문 앵두 같은 입술이 내 마음을 흔들었다. 봄날의 싱그러움과 어우러져 상큼하게 다가온 느낌은 어쩌면 그녀가 입고 있던 짧은 미니스커트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오래전부터 평생을 함께할 사람은 내 선택과는 상관없이 신의 계획 속에서 만나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스물일곱 해 동안 많은 사람을 만나고, 가까이 지내기도 하고, 때로는 연인처럼 감정을 느끼기도 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늘 설명할 수 없는 의문이 남아 있었다. “과연 이 사람이 내 사람일까?”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그녀가 누구인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나보다 한 살 어리다는 사실 하나만이 내가 알고 있는 전부였다. 하지만 그녀를 처음 만나는 순간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는 것이 큰 고통이었다.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흘러내리듯,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이 자꾸만 밖으로 새어 나왔기 때문이다. ‘큰 바위 얼굴’의 주인공이 결국 고향에서 그 찾던 것을 발견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 많은 조건을 생각한다. 키, 얼굴, 학벌, 비전… 하지만 정작 자기 사람을 만났을 때 느끼는 감정은 어떤 언어로도 표현할 수 없는 신비에 가깝다. 인간의 언어가 감정 앞에서는 얼마나 초라한지 새삼 느낄 뿐이다. 어떤 사람은 오랜 세월을 함께해도 늘 남처럼 느껴지고, 또 어떤 사람은 많은 것을 베풀어도 감동이 없으며, 누군가는 “당신 없이는 못 산다”라고 말해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데 그날, 그 순간에는 마치 마법이라도 걸린 듯, 단 한 순간도 함께한 적 없고, 아무것도 받아본 적 없으며, 나를 좋아한다고 말한 적도 없는 사람이었는데 가슴이 설렜다. 반 시간쯤 지났을 때 그녀와 함께 호숫가를 걷고 싶어졌다. 그녀를 위해 처음으로 차 문을 열어 주던 순간, 나는 이미 마음속으로 결심하고 있었다. ‘이제 더 이상 다른 사람을 찾아 나서는 일은 없겠구나!’ 얼마나 오랜 세월을 기다리고, 그리워하고, 기대하며 살아왔던가! 그 길었던 방황의 시간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홀로 맞서던 고독의 세월은 차창 밖으로 멀어지는 작은 점이 되어 사라지고, 이제는 이 사람과 함께할 미래가 눈부신 태양의 선율처럼 선명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렇게 그해 어느 봄날, 나는 그녀를 처음으로, 그리고 영원히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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