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목회는 버티기다(?)
- Jul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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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성 목사(기쁜 소래교회)
서울에서 부목사로 10년을 섬긴 뒤, 토론토 소래교회의 담임목사로 첫발을 내딛던 때였습니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이민 목회를 해 오신 친척 목사님께서 제게 처음 건네신 조언은 뜻밖에도 짧은 한마디였습니다. “이민 목회는 버티기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선뜻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목회는 비전을 품고 전진하는 것이며,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세워 가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버틴다’라는 말은 너무 소극적이고 부정적으로 들렸습니다. 마치 큰 꿈을 내려놓고 그저 무너지지 않는 것만을 목표로 삼으라는 말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작은 이민 교회를 섬긴 세월이 어느덧 20여 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교회 안팎에서 수많은 일을 겪었습니다. 기쁨도 있었고 감사도 있었지만,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려운 아픔과 외로움도 있었습니다. 사람이 떠나기도 했고, 관계가 흔들리기도 했으며, 재정과 다음 세대와 교회의 미래를 놓고 깊은 밤을 지새운 적도 많았습니다. 열심히 했지만, 열매가 보이지 않을 때도 있었고, 선한 뜻으로 시작한 일이 오해와 상처로 돌아올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오래전 들었던 그 말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이민 목회는 버티기다.”
어느 순간부터 그 말은 패배자의 체념이 아니라 지친 마음을 붙들어 주는 위로로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버틴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도망치고 싶을 때도 다시 강단에 서는 것이었고, 마음이 무너진 날에도 한 영혼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과가 보이지 않아도 말씀을 전하고, 사랑할 힘이 없을 때도 다시 사랑을 선택하며, 내일을 알 수 없어도 오늘 맡겨진 양 떼를 돌보는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그 말을 조금 다르게 이해합니다. 버티어 낼 수 있는 것조차 은혜 없이는 결코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세상에서는 “살아남는 자가 승리자”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목회의 버팀을 그런 생존의 논리와 연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목회자가 자기 의지와 고집으로 끝까지 살아남는 것이 승리는 아닙니다. 교회를 크게 만들고, 많은 일을 이루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목회의 최종적인 승리도 아닙니다. 목회자의 버팀은 자신을 증명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무능을 인정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내가, 이 교회를 지켜 냈다”는 교만을 내려놓고, “내가 반드시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어리석음을 비우며, 오늘도 주님의 도움 없이는 한 걸음도 걸을 수 없음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내가 교회를 붙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교회와 목회자를 붙들고 계심을 믿는 것입니다. 그래서 버틴다는 것은 포기하지 않는 믿음의 또 다른 이름일 수 있습니다. 쓰러질 것 같은 마음을 다시 추스르고, 눈앞의 난제보다 크신 주님을 바라보며, 때를 따라 돕는 은혜를 구하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나의 기대와 다르게 흘러가도 주님께서 여전히 교회의 머리이시며,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교회를 세워 가신다는 사실을 믿는 것입니다. 지금도 이민 교회의 현장은 쉽지 않습니다. 이민 세대의 고령화, 다음 세대와의 단절, 언어와 문화의 차이, 줄어드는 교세와 재정, 지친 목회자와 상처받은 성도들이 있습니다. 어디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할지 알 수 없는 교회들도 많습니다. 그 현장 가운데 서 있는 모든 교회와 목회자들에게 주님께서 버틸 수 있는 힘을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상황을 견딜 힘만이 아니라, 무엇을 붙들고 무엇을 내려놓아야 할지 분별하는 지혜 주시기를 바랍니다. 사람의 인정이 없어도 충성할 수 있는 믿음과, 열매가 더디더라도 씨를 뿌릴 수 있는 인내 주시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 지친 마음이 완전히 스러지기 전에 때를 따라 돕는 은혜로 찾아와 주시기를 바랍니다. 돌아보면 내가 잘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닙니다. 무너지지 않은 것이 나의 강함 때문도 아닙니다. 주님께서 그때마다 붙드셨고, 필요한 사람을 보내셨으며, 다시 일어설 말씀을 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오늘도 거창한 성공을 꿈꾸기보다 주님의 은혜를 구합니다.
“주님, 오늘도 버틸 수 있게 하소서.
고집이 아니라 믿음으로,
두려움이 아니라 소망으로,
나의 힘이 아니라 주님의 은혜로 버티게 하소서.”
어쩌면 이민 목회는 정말 버티기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버팀은 패배가 아닙니다. 주님을 놓지 않고, 주님께 붙들린 채 끝까지 걸어가는 은혜의 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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