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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가루를 옮기는 사람들

Aug 28
2 min read

박운장 목사(매니토바 새순 장로교회)


얼마 전 사과나무에 대해 알아보다가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으면 그 나무에서 당연히 사과가 열릴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사과나무는 혼자서는 열매를 잘 맺지 못합니다. 가까이에 다른 사과나무가 있어야 하고, 벌과 같은 곤충이 한 나무의 꽃가루를 다른 나무로 옮겨 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서로의 도움이 있을 때 비로소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성경은 우리의 삶을 종종 나무와 열매에 비유합니다. 좋은 나무는 좋은 열매를 맺고, 나쁜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습니다. 열매를 보면 그 나무가 어떤 나무인지 알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에 맺히는 사랑과 감사, 용서와 섬김의 열매 역시 우리가 어떤 믿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 줍니다. 그런데 우리는 때때로 열매에만 관심을 가지다가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놓칠 때가 있습니다. 열매는 나무 혼자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좋은 사과나무라도 혼자 서 있다고 해서 반드시 풍성한 열매를 맺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나무가 필요하고, 그 사이를 오가며 꽃가루를 옮겨 주는 벌도 필요합니다. 어떤 나무는 혼자서도 열매를 맺을 수 있지만, 다른 나무들과 함께 있을 때 더 풍성한 열매를 맺기도 합니다.


우리의 신앙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혼자 성경을 읽고 기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랑은 혼자 있을 때보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을 때 더 깊이 배웁니다. 용서 역시 용서해야 할 사람이 있을 때 비로소 우리의 삶 속에서 열매가 됩니다. 섬김도 누군가의 필요를 만날 때 실제적인 삶의 열매로 나타납니다. 어쩌면 그래서 하나님은 우리를 홀로 서 있는 한 그루의 나무로 부르지 않으셨는지도 모릅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함께 자라가는 숲으로 부르셨습니다. 물론 숲에는 나와 똑같은 나무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내 곁에는 생각이 다른 사람도 있고, 성격이 다른 사람도 있습니다. 때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있고, 함께하는 것 자체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하나님께서는 바로 그런 사람들을 통해 우리 안에 없던 열매를 맺게 하시는지도 모릅니다. 어떤 사람은 나에게 인내를 가르쳐 줍니다. 어떤 사람은 사랑을 배우게 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힘들지만, 그 관계를 통해 용서와 이해의 열매를 맺게 합니다. 물론 우리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사과나무가 다른 나무의 도움을 통해 더 풍성한 열매를 맺듯이, 우리 역시 믿음의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세워 주고 격려하며 함께할 때 더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오늘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면 어떨까요? 그 사람은 단순히 우연히 내 곁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나로 하여금 이전에는 맺지 못했던 새로운 열매를 맺게 하시기 위해 내 곁에 두신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홀로 서 있는 한 그루의 나무가 아니라, 서로에게 생명을 나누고 서로를 살리며 함께 자라가는 숲으로 부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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