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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의 잠

  • Aug 28
  • 2 min read

김철민 목사(필그림교회)


매주 수요일은 우리집 쓰레기 수거날이다. 지난주 집정리를 해서인지 리사이클, 음식물 쓰레기, 일반쓰레기 등 분리수거해서 내놓을 것들이 많이 쌓였다. 오랜동안 미뤄왔던 버려야 할 것들을 쌓아놓다 보니 한꺼번에 너무나 많은 양이 되어버린 것이다. 혼자하기 힘이 들어 아이들을 불렀다. 모두 나와서 치우자고.. 아이들이 한번 말을 하면 잘 듣지 않는다. 그날따라 갑자기 다 큰 아이들이 있는데 혼자만 이렇게 하는 것이 억울했는지 역정을 냈다. 모든 집안 일들을 맨날 왜 내가 해야 하느냐고..하며 화를 낸 것이다.


목회는 가만 있어도 여러 신경써야 할 일들이 알게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내 안에서 돌아간다.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게 은근히 예민해지는 면이 있다. 집안 일들도 작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스트레스가 쌓인다. 일을 시키는 것보다 내가 그냥 하는 게 편한 편이라 알게 모르게 혼자 담당하게 된다. 그렇게 하나 둘씩 쌓인 짐들과 스트레스가 어느 순간 화, 분노로 나도 모르게 바꿔져 있다.  이전에 마리아의 남편 요셉의 이야기를 묵상하다가 요셉의 무거운 짐에 대해 깊이 공감했던 적이 있다. 임신한 아내를 데리고 그 먼 거리를 갔는데 묵을 숙소는 없고, 아내는 힘들어 하고, 산파도 구해야 하고, 요셉이 받았을 스트레스와 기진맥진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곰곰이 돌아보니 내 모습이었다. 내 안에 알게 모르게 쌓인 여러 감정의 짐들이 나를 짓누르고 있었음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그 순간 내 속 깊은 곳에서 눈물이 솟구쳐올라왔다. 내 안에서 차곡차곡 쌓여 있던 감정을 평소엔 나도 잘 모르고 살고 있었던 것이다.  한 성도님과 기도상담 시간에 대화를 하다가 마음에 쌓인 것을 기도로 다 토해내고 탄식하고 싶은데 그게 안되어 답답하다는 나눔을 듣게 되었다. 쌓인 화나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잘 표현해 내지 못하는 환경속에 살아온 사람은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나 역시 그게 잘 안되는 편이지만 입술로 잘 안되면 글로 표현해 보시라 말씀드렸다.  시편의 가장 많은 부분이 탄식 시이다. 그만큼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에서는 쌓여진 아픔, 눈물, 분노, 원한, 억울함 등이 많다는 이야기일 것이고 이것을 하나님 앞에 잘 토로해 내는 것이 믿음의 선진들의 가장 많은 기도였음을 보여준다. 내 안에 쌓인 것들을 어떻게 하나님 앞에 잘 토로하느냐가 믿음생활에 너무나 중요하다는 말일 것이다. 탄식은 단지 쏟아 내기만 하는 건 아니다. 거기엔 하나님께 맡김이 있다. 요셉에게도 해결되지 않고 답답한 현실이 많았지만 그는 잠든다. 요셉은 늘 ‘잠’과 ‘꿈’ 속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받는 인물이다. 그는 성경에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는 인물이다. 마리아도 말을 하고, 천사도 말하고, 목자도 말하지만 요셉의 직접적 말은 기록되어 있지 않다. 그는 모든 것을 이해한 뒤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 말씀을 듣고, 잠에서 깨어나고,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다. 나는 아직도 하나님께 말씀드린 짐을 다시 등에 메고 집으로 돌아올 때가 많다. 요셉의 잠을 생각한다. 모든 것이 해결되어서 잠든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것을 하나님께 맡긴 사람의 잠. 어쩌면 내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힘이 아니라 그렇게 잠들 수 있는 믿음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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