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가, 그 이름을 부르는 시간”
- Apr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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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균 목사(몽턴소망교회)
어느 가을날이었다.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길을 나서고 있었다. 약속 시간에 늦을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해졌고, 발걸음도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그때, 남의 집 담장 너머로 코스모스가 피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무심히 지나쳤다. 그저 바쁜 하루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일 뿐이었다. 그런데 몇 걸음을 옮기다가 문득 발걸음을 멈추었다.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 담장 너머로 손을 뻗어 코스모스 두 송이를 조심스럽게 손에 들었다. 조용히, 마음속으로 그 이름을 불러 보았다. “코스모스다.” 그 순간, 그 꽃은 더 이상 풍경 속 일 부분이 아니었다. 가을의 빛과 바람을 머금은 채 내 마음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비로소 그 가을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사순절은 바로 이런 시간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늘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무언가를 해내기 위해 바쁘게 살아간다. 그 과정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쉽게 지나쳐 버린다. 십자가를 알고 있으면서도 그 앞에 멈추지 못한다. 그저 지나친다. 그러나 사순절은 그 바쁜 걸음을 멈추게 한다. 그리고 우리를 다시 돌아가게 한다. 십자가 앞으로. 우리가 다시 그 앞에 서서 조용히 그 이름을 부를 때, “예수님…” 그 순간, 십자가는 더 이상 익숙한 종교적 상징이 아니다. 그것은 나를 향한 사랑이 되고, 나를 위한 희생이 되며, 내 삶 속으로 들어오는 은혜가 된다. 나는 오늘도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도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달려가며 십자가를 지나치고 있는가? 우리는 지금 멈추어 서 있는가, 아니면 여전히 바쁘게 지나가고 있는가? 사순절은 멈추어 서서 다시 그 이름을 부르는 시간이다. 그리고 주님께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그리고 그 이름을 부르는 시간이다. 그 이름을 부르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은혜의 계절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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