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테테레스타이

  • 1 day ago
  • 1 min read

고영민 목사( 한인교회)


요한복음에 따르면, 십자가 위에서 예수님이 남기신 마지막 말씀은 이 짧은 한 문장이었습니다. 헬라어로는 ‘테테레스타이(tetelestai)’. 이 말은 당시 상인들이 빚이 모두 갚아졌을 때, 청구서 위에 적던 말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다 지불되었다.”, 더 이상 남은 것이 없다는 뜻입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늘 무엇인가를 갚으며 살아가는 사람들 같습니다. 실수에 대한 책임, 관계 속에서의 미안함, 스스로에게 느끼는 부족함까지. 마음 한편에는 “아직 덜 했다”는 느낌이 항상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더 노력하고, 더 잘하려 애쓰며, 때로는 스스로를 몰아붙입니다. 그런데 그 마지막 순간, 예수님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다 이루었다.” 마치 오래된 장부를 덮으며 더 이상 계산할 것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처럼, 그렇게 담담하게 그리고 단호하게 선포하십니다.


가끔 식당에서 계산을 하려는데 이미 누군가 밥값을 치르고 갔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그 순간, 고마움과 함께, 설명하기 어려운 뭉클함이 밀려옵니다. 몇십 불, 몇백 불에도 이 정도라면, 우리의 삶 전체를 덮고 있는 어떤 ‘갚지 못할 것’이 대신 완벽하게 지불되었다는 말은 얼마나 큰 감동으로 우리에게 다가올까요. 많은 신앙인들이 신앙생활을 더 잘해야 하고, 더 바르게 살아야 하고, 더 갖추어야 하는 어떤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마치 탑을 쌓아 가듯이 무엇인가를 ‘쌓아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다 이루었다”라는 주님의 말씀은 다른 방향으로 우리를 이끌어 줍니다. 신앙은 무엇을 더 보태는 일이 아니라, 이미 이루어진 것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라고 가르쳐 줍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애써 증명하려 하지 않아도 되고, 조금은 덜 꾸며도 괜찮고, 있는 모습 그대로 살아도 충분히 괜찮다는 것을 알려 줍니다. 신앙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사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집을 가지고 있어도 그 안에 살지 않으면 의미가 없듯이, 아무리 훌륭한 신앙을 가지고 있어도 그 안에 살지 못한다면 여전히 우리 마음은 분주할 수밖에 없고,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테테레스타이” 우리 모두를 향한 은혜의 말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인가를 더 이루기 위해서 애쓰는 삶을 내려놓고, 이미 이루신 자리로 돌아오라는 초대의 말씀으로 들려집니다. 또한 이 땅의 모든 교회들을 향한 초대의 말씀처럼 들려집니다. 거룩한체하고, 잘 믿는척하고, 경건한 체하고, 아는척하면서, 서로를 질식시키는 율법의 공동체 아니라, 은혜 안에서 나는 내가 되고 너는 네가 되는 은혜의 공동체를 향해서 가라는 초대의 말씀으로 다가옵니다.  ‘다이루었다’ (테테레스타이) 이 놀라운 복음의 말씀 앞에 새롭게 서는 우리모두가 되기를, 우리 공동체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Comments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