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향하신 성령의 음성: 탈기독교 속에서의 현대교회
- Apr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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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비치 (Lee Beach) / 맥마스터 신학교, 목회신학 교수 - 번역: 박성민 교수
리 비치 교수는2010년 맥마스터 신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마친 후 목회신학 교수로 임용되었다.
그의 전문 분야는 교회의 선교, 문화 속 교회, 실천 신학, 목회학, 기독교 영성이다. 또한 기독교 선교연맹에서 22년간 담임목사, 청소년목사, 부목사, 교육목사 등으로 사역했으며, 온타리오주 앤캐스터에 설립된 앤캐스터 빌리지 교회 창립 멤버 중 한 명으로서 지금도 이 교회 사역에 참여하고 있다. 그의 연구 관심 분야는 포스트 모더니즘과 탈기독교 사회속의 교회, 선교적 교회, 21세기 사회적 맥락에서의 목회 및 실천 신학, 그리고 신앙 상담과 영적돌봄 관한 주제이다. 리 비치는 한국어로 번역된 “유배된 교회”의 저자이다.
번역: 박성민 교수
브라이언 클라크와 스튜어트 맥도날드는 그의 저서 『기독교를 떠나며(Leaving Christianity)』에서 지난 한 세기 동안 캐나다의 종교 현황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면밀히 살펴보았습니다. 이들의 연구는 캐나다 교회가 오랜 기간 쇠퇴와 침체에 이르게 된 지가 오래되었고, 현재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캐나다 교회는 여러 해 동안 지속적인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단기간 내에 이러한 추세가 반전될 조짐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클라크와 맥도날드는 오늘날의 캐나다 교회가 과거에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문화 환경을 마주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캐나다 사회에서 이민 교회들이 활기차게 사역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특히 캐나다 한인 교회는 하나님께서 하시는 사역 가운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많이 감당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함께 생각해보는 것은 중요합니다. 캐나다 한인 교회들은 어떻게 하면 지속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캐나다 사회 및 한인 공동체와 소통할 수 있을까요? 또한 캐나다 한인 목회 사역은 캐나다 지역 교회에 어떤 방식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까요? 이러한 질문을 바탕으로, 한인 교회는 오늘의 캐나다에서 주변을 둘러싼 문화적 도전들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도 복음의 기쁜 소식을 더욱 선명하게 선포하고 삶으로 드러낼 수 있는 길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캐나다는 세속화된 사회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세속화는 단순히 한두 가지로 규정하기 어려운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개념입니다. 그럼에도 그 핵심은 맥길 대학교 철학과 찰스 테일러 교수가 제시한 설명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테일러 교수는 세속화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과거에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아무런 도전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던 기독교 사회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기독교를 여러 종교 가운데 하나로 여기는 것이 당연해질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기독교 신앙을 가지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현대 사회의 세속화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세속화를 반종교적 현상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잘못된 이해입니다. 물론 특정한 시기와 상황에서는 그렇게 보일 때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가장 본질적인 의미에서의 세속주의는 “하나님을 믿어도 괜찮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사적 영역에 속한다”는 입장을 취합니다. 다시 말해, 신앙은 공적 영역에서는 다루어져서는 안 되는 문제라고 보는 것입니다.
오늘날 캐나다의 모든 지역 교회는 이러한 강력한 세속화의 흐름에 놓여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주님의 복음을 지역사회에 드러내고 전파하고자 열심을 내고 계시겠지만, 정작 캐나다의 지역사회는 점점 더 교회와 멀어지는 환경에 놓이고 있습니다. 캐나다의 많은 사람들이 여러분이 전하려는 복음의 메시지에 이제는 익숙하지 않을 뿐 아니라, 때로는 복음을 전하려는 선한 의도 자체에 대해도 의심을 품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실 세속화의 문제는 캐나다에서 매우 심각하긴 하지만, 캐나다만의 문제가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나타나는 보편적 현상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 사회도 세속화되어가는 과정에 있을 것입니다. 최근 한국에서 캐나다로 이주한 사람들도 오랜 시간 한국 세속주의에 살아왔기 때문에, 캐나다의 세속화 흐름에 이질감을 느끼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동화되기 쉽습니다. 더욱이 캐나다에서 자란 2-3세대 한국인들은 전통적인 한국 문화 못지않게 (혹은 그보다도 더욱 강하게) 캐나다 세속 문화에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세속화가 캐나다의 한인들의 세계관과 기독교 신앙을 바라보는 방식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은 명확합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인 교회들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요? 어떻게 하면 세속 문화와 소통하며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사명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먼저, 지금 우리가 직면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이렇게 세속화된 사회적 흐름은 오늘날 캐나다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의 한 부분입니다. 우리는 불평하거나 상황이 달라지기를 바랄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우리의 현실을 변화시키기 어렵습니다. 역사적으로 교회는 언제나 특정한 시대와 장소라는 맥락 속에서 존재해 왔습니다. 기독교인들은 각 시대의 환경에 적응해 오면서도, 주님께서 맡기신 사명을 온전히 감당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습니다. 교회는 지난 이천 년 동안 늘 그렇게 살아왔으며, 고대 이스라엘 역시 자신들이 처한 시대 속에서 적응하며 사명을 감당했습니다. 오늘날 캐나다에 살아가는 우리 또한 이러한 시대 적응과 사명 감당의 여정을 계속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고대 이스라엘은 기원전 587년 바빌로니아에게 정복당하고, 많은 이들이 바빌론으로 포로로 끌려가면서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그들은 포로 생활 동안 무력감과 문화적 충격, 그리고 박해를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예레미야 선지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이 백성에게 전했습니다. “만군의 여호와 이스라엘의 하나님께서 예루살렘에서 바벨론으로 사로잡혀 가게 한 모든 포로에게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라. 너희는 집을 짓고 거기에 살며 텃밭을 만들고 그 열매를 먹으라. 아내를 맞이하여 자녀를 낳으며 너희 아들이 아내를 맞이하며 너희 딸이 남편을 맞아 그들로 자녀를 낳게 하여 너희가 거기에서 번성하고 줄어들지 아니하게 하라. 너희는 내가 사로잡혀 가게 한 그 성읍의 평안을 구하고 그를 위하여 여호와께 기도하라 이는 그 성읍이 평안함으로 너희도 평안할 것임이라.” (예레미야 29:4–7) 예레미야의 메시지는, 이스라엘 백성이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 자리에서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캐나다의 교회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해야 합니다.
이러한 사명을 감당하기 위하여, 우리는 우리를 인도하시고 능력을 주시는 성령님께 전적으로 의지해야 합니다. 요한복음에 기록된 예수님의 마지막 설교에서, 예수님은 자신이 떠난 뒤 성령님을 보내셔서 제자들을 인도하고, 그들이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감당할 사역에 능력을 더해 주실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보혜사 곧 아버지께서 내 이름으로 보내실 성령 그가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고 내가 너희에게 말한 모든 것을 생각나게 하리라.” (요한복음 14:26) 성령님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와 장소에서 예수님의 사역을 재현할 수 있도록, 교회에 말씀하시고 인도하시기 위해 오셨습니다. 이어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이렇게 가르치십니다. “그러나 진리의 성령이 오시면 그가 너희를 모든 진리 가운데로 인도하시리니 그가 스스로 말하지 않고 오직 들은 것을 말하며 장래 일을 너희에게 알리시리라 그가 내 영광을 나타내리니 내 것을 가지고 너희에게 알리시겠음이라.” (요한복음 16:13–14)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시며 승천하신 후, 초대교회가 탄생하였습니다. 초대교회는 처음에는 유대교로부터, 시간이 흐르면서는 로마 제국으로부터 극심한 핍박을 받았습니다.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으로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압박 속에 있었지만, 초대교회는 오히려 더욱 굳건한 믿음 위에 서 있었고, 많은 영혼이 주님께로 돌아오는 역사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 비결은 주님께서 승천하신 후 보내주신 성령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며, 그 인도하심을 따라 살아갔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믿음의 선조들을 고아와 같이 버려두지 않으시고, 보혜사 성령님을 보내셔서 각 시대와 장소 속에서 주님께서 맡기신 사역을 감당할 수 있도록 은혜와 능력을 더하여 주셨습니다 (참고, 요한복음 14:18).
요한복음의 말씀과 초대교회 역사는 “성령님께서 지금 우리 교회에 무엇을 말씀하고 계시는가?”라는 질문을 우리가 끊임없이 던져야 함을 강조합니다. 따라서 이미 심각하게 세속화되어버린 오늘날 사역에서 가장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는 바로 성령님의 음성과 인도하심을 올바르게 분별하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교회가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과 환경 속에서 주님께서 원하시는 뜻에 맞게 섬기고 사명을 감당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모든 지역 교회가 ‘듣는 기도’ 훈련을 지속적으로 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듣는 기도’라는 모델이란 우리가 기도할 때, 교회가 성령의 음성에 귀 기울이고, 그분의 인도하심을 함께 분별하며, 그분의 감동에 모두가 순종함으로 행동하는 능력을 모두가 함께 분별하는 훈련입니다.
여러분의 교회는 어떻게 성령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고 있습니까? 어떻게 여러분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분별하고 있습니까? 오늘 우리가 처한 사역의 환경은 매우 복잡합니다. 다루어야 할 문제가 너무 많고, 어떤 것은 쉽게 해답을 찾기 어려운 것들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하나님의 성령님의 음성에 의지해야만, 이 시대와 이 장소에서 하나님의 뜻과 목적에 맞게 걸어가는 교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사역에 최소한 세 가지 중요한 함의를 갖게 합니다.
성령님께서는 우리로 하여금 위험을 감수하게 하십니다. 성령님께서는 우리를 편안한 자리에서 일으켜, 새로운 사역의 영역과 도전적인 자리로 나아가게 하십니다.
성령님께서는 새 일을 행하십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변화를 요구하시며, 오랫동안 해 오던 어떤 일들은 멈추고,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새로운 일들을 시도하도록 부르십니다.
성령님께서는 교회가 올바른 길을 가도록 도우십니다. 이는 진정한 신뢰를 필요로 하지만, 성령님께서는 때로는 전통과 익숙한 사고방식을 넘어서는 일일지라도 교회가 바른 일을 하도록 인도하십니다.
우리는 지금 탈기독교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여러분은 성령의 인도하심을 담대하게 신뢰할 준비가 되어 있으십니까? 위험을 감수하고, 변화를 받아들이며, 새로운 일을 시도하고, 새로운 방식의 사역을 모색하며, 하나님이 누구시며 어떻게 일하시는지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열어 갈 준비가 되어 있으십니까? 이 질문들에 어떻게 대답하느냐가 여러분 교회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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