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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회록1 [병아리 도둑을 잡아라]

Oct 2
2 min read

목사/수필가 김덕원


중동 지역에 전해져 내려오는 오래된 이야기가 있다. 한 노인이 아들들과 함께 광야에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도둑이 들어 칠면조를 훔쳐 달아났다. 이를 발견한 노인은 아들들을 불러 호통을 치듯 말했다. "당장 가서 내 칠면조를 훔쳐 간 도둑을 잡아 오너라! 지금 그 도둑을 잡지 않으면 우리는 큰 위험에 처할 것이다!" 하지만 아들들은 고작 칠면조 한 마리 때문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아 아버지의 말을 무시했다. 얼마 후, 또다시 도둑이 들어 낙타 한 마리를 훔쳐 갔을 때도 노인은 칠면조를 훔쳐 간 도둑을 잡아야 한다고 같은 말을 했다. 아들들은 또다시 노인의 말을 무시했다. 며칠 후, 대낮에 들이닥친 도적들은 노인의 전 재산을 빼앗고 아들들을 폭행한 뒤, 노인의 딸까지 납치해 가고 말았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노인은 아들들에게 마지막 한마디를 남겼다. "우리는 낙타나 딸을 잃은 게 아니라, '칠면조'를 잃었을 때 이미 모든 것을 잃은 것이다."


나에게도 칠면조 같은 존재가 하나 있다. 작은 산 하나를 넘어 친구가 사는 동네가 있었다. 그 동네로 향하는 오솔길은 한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만하게 밟힌 풀이 길을 이루고 있었다. 아직 꼬마였던 친구와 나에게 그 오솔길은 많은 추억을 남겼다. 그 길을 걷다 보면 철 따라 다양한 먹거리들을 얻을 수 있었고, 반나절 정도는 거뜬히 재미있을 만한 놀잇거리들을 내주었다. 하지만 항상 좋은 기억만은 아니었다. 그날은 그야말로 완벽한 봄날이었다. 햇살은 강하지도, 그렇다고 약하지도 않게 살갗에 와 닿았다. 친구와 나는 그 작은 산을 넘기 위해 오솔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그때 왼쪽으로 보이는 작은 초가집 마당에는 족히 백여 마리가 넘는 갓 태어난 병아리들이 이제 막 먹이 활동을 배우고 있었다. 가던 길을 멈춘 친구와 나는 한동안 병아리들을 바라보았다. 얼마쯤 지났을까?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병아리 한 마리씩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놀기 시작했다. 대여섯 살 남짓한 남자애들이 그렇듯이, 재미있는 일에 빠져든 친구와 나는 아무런 생각 없이 병아리 한마디씩을 손바닥에 올려놓은 채 오솔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지루해져 갈 무렵, 우리 얼굴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남의 것을 말없이 가지고 왔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 것이었다. 잠깐의 즐거움 끝에 두려움이 엄습했고,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난감했다. 병아리 주인집으로 찾아가 살짝 놓고 와야 하나? 아니면 주인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용서를 구해야 하나? 그러기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듯했다. 그렇다면 부모님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해야 하나? 그것도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고민하는 동안 해는 지기 시작했다. 이젠 지체할 시간조차 없다. 해 떨어진 산속은 금세 칠흑 같은 어두움이 지배하게 될 것이었다. 우리는 큰 고민 끝에 이 모든 사실을 비밀에 부치기로 했다.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병아리는 산 중에 버려지고 말았다. 우리 마음에 들어온 첫 번째 도적을 잡지 못한 대가는 혹독했다. 초등학교 육 년, 그리고 중학교 일 학년이다. 지나갈 때까지 이 사건은 나의 죄의식을 부추기며 끈질기게도 양심을 괴롭혔다. 중학교 이 학년이 되어서야 한 번 회개한 자의 죗값을 더 이상 묻지 않는다는 신학적인 깨달음이 나에게 자유를 선포하기 전까지 계속되었으니, 어찌 그 대가가 작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때 그 작은 도둑의 도전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시대가 변하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크고 더 심각한 모습으로 도전해 왔다. 끊임없는 경쟁에서 높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공정하지 못한 방법이나 계략으로 다른 사람들을 속여야 한다는 유혹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욕심 없는 소명의 삶과 가족을 풍요롭게 해 줘야 한다는 속삭임이 계속 충돌했다. 세상이 바라보는 방식의 성공을 하라는 끊임없는 주문이 내 마음을 도둑질해 가기도 했다. 결국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이라는 세상의 도적이 그럴싸하게 포장된 모습으로 내 마음을 훔치려는 도전이 계속된 것이었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속담이 있다. 그때 그 작은 첫 번째 도둑을 잘 잡았다면, 또 다른 도둑이 나에게 도전해 오는 것을 멈출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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